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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현대사 현장이 된 역사 – 시청역과 6월 민주항쟁

by blue whale :) 2025. 8. 15.

 

1970년대 후반부터 1980년대까지 서울 시청 일대는 정치·사회 변화를 온몸으로 겪은 공간이었습니다.

그 중심에는 바로 시청역이 있었습니다.

지하철이 개통한 이후, 이곳은 단순한 교통 시설을 넘어 민주주의와 시민의 힘을 상징하는 현장이 되었죠.

 

이번 글에서는 시청역의 개통 배경, 역사 구조와 특징, 그리고 6월 민주항쟁을 비롯한 주요 사건 속에서의 역할을 깊이 있게 살펴보겠습니다.

 

역사와 현대가 공존하는 공간
역사와 현대가 공존하는 공간


0. 시청역의 탄생과 발전

시청역은 1974년 8월 15일, 서울 지하철 1호선 개통과 함께 문을 열었습니다.

당시 서울역에서 청량리까지 이어지는 구간 중 하나로, 행정·정치의 중심지인 서울시청 바로 아래에 자리 잡았죠.

이후 1984년 9월, 2호선이 개통되면서 환승역이 되었고, 광화문·명동·을지로 등 주요 상권과 정치 중심지로의 접근성을 크게 높였습니다.

 

개통 초기의 시청역은 단순한 환승 기능을 넘어 시민 집회의 주요 집결지 역할을 하게 됩니다.

시청광장과의 가까운 위치 덕분에, 집회 참가자들이 지하철을 타고 쉽게 모일 수 있었죠.

특히 1987년 6월 민주항쟁 당시 시청역은 역사적인 순간들의 출발점이자 숨은 무대가 됐습니다.

 

1. 시청역과 6월 민주항쟁의 연결고리

 

1987년 6월, 대한민국 민주주의의 전환점을 만든 ‘6월 민주항쟁’이 전국적으로 일어났습니다.

서울에서는 시청광장이 주요 집회 장소 중 하나였습니다.

시민, 학생, 종교인, 직장인 등 수많은 사람들이 이곳에 모여 독재 종식과 직선제 개헌을 요구했습니다.

 

시청역은 당시 집회 참가자들의 주요 이동 통로였고, 경찰 병력 역시 시청역 출구를 통제하며 시위대의 확산을 막으려 했습니다.

많은 이들이 지하철 내부에서 대기했다가 기회를 봐 지상으로 올라갔고,

반대로 시위 진압이 강해지면 빠르게 지하로 내려와 피신하기도 했습니다.

특히 6월 10일과 6월 26일, ‘국민대회’와 ‘평화대행진’이 열렸을 때

시청역은 마치 역사의 한 페이지 속에 서 있는 것처럼 숨 가쁘게 움직였습니다.

당시를 기억하는 참가자들은 “시청역은 단순한 지하철이 아니라, 안전한 피난처이자 다음 행동을 준비하는 거점이었다”고 말하곤 합니다.

 

2. 역사 구조와 집회 동선

 

시청역은 1호선과 2호선이 만나는 환승역으로, 지하 3층까지 확장된 구조를 가지고 있습니다.

  • B1층: 대합실과 개찰구, 시청광장과 바로 연결되는 출구
  • B2층: 1호선 승강장 (종각·서울역 방향)
  • B3층: 2호선 승강장 (을지로입구·충정로 방향)

이 구조 덕분에 대규모 인원이 지하철 내부에서 흩어졌다가, 원하는 시점에 지상으로 나올 수 있었습니다.

출구는 총 10개 이상으로, 특히 5번·6번 출구가 시청광장과 매우 가깝습니다.

당시 시위대는 상황에 따라 출구를 바꿔가며 이동했고, 경찰 역시 출구 봉쇄 순서를 달리하며 대응했습니다.

 

3. 민주화 이후 시청역의 변화

 

민주화가 이루어진 뒤, 시청역은 단순히 과거의 현장이 아니라 역사 교육의 공간으로도 자리매김했습니다.

지하 통로 일부에는 서울시와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가 설치한 안내판이 있어,

1987년의 사건과 그 의미를 시민들에게 알리고 있습니다.

시청광장 일대에서는 매년 6월 민주항쟁 기념식이 열리고, 시청역은 여전히 참가자들의 주요 이동 경로입니다.

 

2000년대 이후, 시청역은 광화문광장과 덕수궁, 청계천을 잇는 관광·문화 중심지로도 변모했습니다.

지하 연결 통로에는 공연 포스터, 전시 안내문이 즐비하고, 주말이면 국내외 관광객들이 끊임없이 오갑니다.

그러나 역 한편에는 민주주의를 향한 시민들의 발걸음을 기억하는 작은 흔적들이 남아 있습니다.

 

4. 시청역 주변의 역사·문화 명소

 

시청역을 방문하면 지상으로 나와 다음 명소들을 둘러볼 수 있습니다.

  • 시청광장: 집회와 축제, 스케이트장 등 다양한 행사가 열리는 서울의 중심 광장
  • 덕수궁: 대한제국의 궁궐로, 석조전과 대한문이 유명
  • 서울시청 본관·신청사: 고전적인 구청사와 현대적인 신청사의 대비
  • 서울도서관: 옛 서울시청 건물을 리모델링한 공공도서관

이들 공간은 시청역과 도보 5분 이내 거리에 있어, 교통 편의성과 역사적 의미를 동시에 느낄 수 있습니다.

 

5. 시청역이 주는 현재의 메시지

 

오늘날 시청역을 지나는 수많은 시민들은 이곳이 민주주의 역사와 맞닿아 있다는 사실을 모르고 지나치기도 합니다.

하지만 시청역은 여전히 ‘시민의 목소리가 모이고 흩어지는 곳’이라는 본질을 간직하고 있습니다.

대규모 집회나 시위가 열릴 때면, 경찰 버스와 취재진, 그리고 다양한 시민단체들이 여전히 이 일대를 가득 메웁니다.

 

시청역은 과거와 현재를 잇는 ‘살아있는 역사 공간’입니다.

단순히 교통편리성만이 아니라, 그 안에 담긴 시민사회의 역동성과 권리의 진화를 기억해야 할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시청역은 단순한 환승역이 아닙니다.

6월 민주항쟁을 비롯해 대한민국 현대사의 굵직한 장면을 함께한 ‘시민의 역사 현장’이자,

여전히 서울 한복판에서 변화와 목소리를 품고 있는 공간입니다.

 

우리가 매일 스쳐 지나가는 이곳이 과거에 어떤 의미를 가졌는지,

그리고 앞으로 어떻게 기억될지 곱씹어보는 것도 의미 있는 일이 될 것입니다.

 


 

다음 편에서는 “문화재로 향하는 관문 – 종로3가역과 인사동”을 소개하며,

전통과 현대가 교차하는 또 다른 지하철역 이야기를 들려드리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