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카테고리 없음

서울 속 일본 건축 영향 – 충무로역 주변 답사

by blue whale :) 2025. 8. 18.

 

서울 도심 한복판, 충무로는 ‘영화의 거리’와 인쇄소 골목으로 널리 알려져 있습니다.

그러나 조금만 시선을 달리해 살펴보면, 현대식 빌딩 사이사이로 이질적인 풍경이 드러납니다.

 

붉은 벽돌 외벽, 목조 2층 가옥, 일본식 기와지붕 등은 모두 서울 속 일본 건축의 흔적입니다.

이들은 단순히 오래된 건물이 아니라, 일제강점기라는 역사적 상황 속에서 도시 공간에 스며들었던 건축 양식을 보여주는 증거입니다.

 

충무로역 일대는 조선 말기와 근대화를 거쳐 인쇄·출판 산업과 극장 문화의 중심지로 자리잡았습니다.

그 과정에서 일본인 상인과 관리, 문화예술인이 거주하며 도시 구조에 영향을 주었고,

건축적으로도 일본식 근대 양식이 자연스럽게 들어왔습니다.

오늘날 재개발로 많은 건물이 사라졌지만, 아직도 남아 있는 흔적들은 서울이 겪어온 굴곡진 역사를 이야기합니다.

 

오늘 소개할 내용은 바로 충무로역 주변에서 만날 수 있는 일본 건축 양식과 그 역사적 의미입니다.

단순히 건축 양식 탐방이 아니라,

서울이라는 도시가 어떤 과정을 통해 근대화와 식민 경험을 동시에 겪었는지를 보여주는 답사 여정을 살펴보겠습니다.

 

한옥과는 확실히 다른 일본식 건물 양식
한옥과는 확실히 다른 일본식 건물 양식

 


 

1. 충무로의 일본식 가옥과 생활 공간

충무로 골목 곳곳에는 일본식 목조 가옥 구조를 보여주는 건물들이 아직 남아 있습니다.

외벽은 낡았지만 좁고 긴 평면, 얇은 벽체, 낮은 천장, 비스듬히 내려앉은 기와 지붕은 일본식 주택의 전형적인 특징입니다.

이러한 주택들은 일제강점기 당시 일본인 관리나 상인, 혹은 장기 거주자들의 생활 공간으로 사용되었습니다.

 

흥미로운 점은 이 건물들이 해방 이후에도 인쇄소, 소규모 상점, 작업장으로 꾸준히 쓰이며

충무로의 산업적 맥락과 연결되었다는 사실입니다.

즉, 일본식 건축이 단순히 과거의 잔재로 끝난 것이 아니라,

해방 후 서울 시민의 생활 속에서도 재활용되며 흔적을 남긴 것입니다.

 

오늘날은 리모델링과 재개발로 점차 사라지고 있지만,

일부는 여전히 골목 속에 숨어 있어 충무로를 답사하는 이들에게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는 독특한 풍경을 선사합니다.

 

2. 붉은 벽돌 건물과 일본식 근대 상업 건축

 

충무로를 걷다 보면 간간히 마주치는 붉은 벽돌 건물은 일본 근대 상업 건축 양식의 대표적인 흔적입니다.

일본은 메이지 시대 이후 서구식 벽돌 건축을 받아들였고, 이를 조선에도 확산시켰습니다.

충무로 일대의 벽돌 건물은 대부분 인쇄소, 창고, 상업시설로 사용되었는데,

두꺼운 벽돌 외벽과 아치형 창문, 간결한 직선미를 강조한 구조가 특징입니다.

 

예를 들어 과거 영화사 사무실이나 인쇄소로 쓰였던 건물은 붉은 벽돌 벽면에 서양식 창호가 결합되어

일본 근대 건축의 절충성을 잘 보여줍니다.

이런 건물들은 1930~40년대 충무로가 ‘문화산업의 중심지’로 성장하던 시기의 흔적이며,

해방 이후 한국 영화와 출판 산업의 근거지가 되는 데 중요한 토대가 되었습니다.

지금은 일부만 남아 있지만, 충무로역 주변을 걷다 보면 여전히 당시의 건축 양식을 엿볼 수 있습니다.

 

3. 극장과 영화 산업, 그리고 일본 건축

 

충무로는 ‘한국 영화의 심장부’로 불려왔습니다.

그러나 그 뿌리를 더듬어 올라가면 일제강점기의 일본식 극장 문화와 연결됩니다.

 

당시 충무로 일대에는 일본인이 운영하는 영화관과 극장이 여럿 들어섰습니다.

건축적으로는 입구 현관에 차양을 두고, 내부는 길게 이어지는 복도와 층별 객석 구조를 갖춘 일본 근대 극장 양식을 따랐습니다.

 

해방 이후 이 건물들은 한국 영화관으로 전환되었고,

충무로 일대는 곧 한국 영화 산업의 중심지가 되었습니다.

그러나 건축적으로는 여전히 일본식 구조를 토대로 운영되었고,

이후 재건축을 거치면서 점차 현대식 영화관으로 변화했습니다.

 

이 과정은 한국 영화 산업이 식민지 유산 위에서 새롭게 자리를 잡고 성장해 나간 과정을 잘 보여줍니다.

 

4. 충무로 답사의 의의와 오늘날의 풍경

 

오늘날 충무로를 걷다 보면, 초고층 빌딩과 오래된 골목이 공존하는 독특한 풍경을 마주하게 됩니다.

그 속에서 발견되는 일본 건축의 흔적은 단순한 옛 건물이 아니라,

서울이 겪은 식민 경험과 근대화의 모순적 과정을 담고 있습니다.

  • 역사적 교훈: 일본 건축물은 서울 도시 구조의 일부가 되었지만, 동시에 식민지 지배의 상징이기도 합니다. 이는 도시 답사가 단순히 양식을 보는 차원을 넘어, 역사적 성찰을 동반해야 함을 보여줍니다.
  • 도시의 레이어(layer): 현대적 건물과 오래된 일본식 건축이 공존하는 충무로는, 과거와 현재가 겹쳐진 도시의 층위를 잘 드러냅니다.
  • 문화유산 보존 가치: 재개발로 사라지는 건물이 많지만, 남은 건축물은 서울 근현대사의 증언자로서 충분히 보존할 가치가 있습니다.

이렇듯 충무로 답사는 건축 탐방을 넘어, 서울이라는 도시의 기억을 읽어내는 특별한 여정이라 할 수 있습니다.

 


 

충무로역 주변의 일본 건축 흔적은 서울 한복판에서 근현대사의 겹겹이 쌓인 흔적을 보여줍니다.

일본식 목조 가옥, 붉은 벽돌 상업 건물, 옛 극장 구조는 단순히 과거의 잔재가 아니라,

서울이 어떤 과정을 거쳐 지금의 모습에 이르렀는지를 설명하는 중요한 단서입니다.

 

이 건축물들은 우리에게 아픈 역사와 동시에 근대 도시로 성장한 서울의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충무로를 걷는 일은 과거를 체험하고 현재와 비교하며, 도시가 지닌 다층적인 정체성을 이해하는 기회가 됩니다.

따라서 충무로역은 단순한 환승역을 넘어, 도시 기억의 관문이라 불러도 손색이 없습니다.

 


 

다음 편에서는 “폐역의 흔적 – 옛 신설동역 승강장 비밀 공간”을 다룹니다.

일반 승객의 눈에 잘 띄지 않지만 여전히 존재하는 비밀스러운 공간, 신설동역의 미스터리를 함께 탐방해보겠습니다.